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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과 의존 (7월 26일)
    2020-07-25 11:44:40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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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인해 생긴 변화 가운데 하나가 한동안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처음 2-3개월의 상황이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시험 기간이 되자 최근에는 다시 가족들이 모이는 게 힘들어지긴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저녁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하거나 교회 사역이 있어서 저녁을 식구들과 함께 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식구(食口)인데도 말이지요. 밥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나누는 것이라고 하는데, 현대 사회에서 가족 간의 유대가 약화되는 이유는, 어쩌면 밥을 같이 먹는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코로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때에도, 우리가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지하여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요. 흥미롭게도, 사람 인() 자도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습이고, 사이 간() 자도 사람 사이, 즉 관계를 뜻합니다.

     

    존 스토트는 자신의 생애 마지막에 쓴 책 [제자도]에서 의존을 제자도의 핵심 자질로 꼽습니다. 사실 현대 사회는 의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인간이라면 누군가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나약함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신앙의 밑바탕에 신뢰가 있다면, 마땅히 신앙생활에서 의존은 핵심 요소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존 스토트가 '의존'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2006년 어느 일요일 아침, 말씀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던 존 스토트는 회전의자의 튀어나온 발에 걸려 침대와 책장 사이로 넘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겪었습니다. 엉덩이뼈가 부러져 일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비상 단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이후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고 입원 생활을 해야 하는 힘든 기간을 거칩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누군가의 도움으로만 생활할 수 있는 시기를 보낸 것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존 스토트는 바로 이것이 제자의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삶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삶이 제자의 본분이라는 뜻이지요.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각자도생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 생각해보면우리는 여전히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늘어난 택배 상품도 택배 기사들의 손을 거쳐야 하고, 상대방이 거리두기를 지키고 마스크를 착용해주는 것도 그의 배려에 의존해 있다는 뜻입니다. 아마 코로나 사태가 더 길어지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돕고 보살피면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도움에 힘입어 살아간다는 것을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나 역시 누군가를 지탱해주는 존재일테니까요.

    [ 이철민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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